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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는 것이 정말 꿀맛 같아요. 달콤한 음식에 자꾸 손이 가듯 봉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봉사지만 어르신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그 맛에 푹 빠져들지요.”
봉사의 맛을 알게 된 엄재인(69·대구 강동제일교회) 장로는 10년째 무료 ‘장수사진’을 찍고 있다. 영정사진이라고 하면 싫어할까봐 ‘장수사진’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동안 그가 전국의 교회 경로대학 양로원 노인병원 등에서 펼친 봉사는 모두 600여 회에 달하며 찍어준 장수사진은 수만여 장에 달한다. 경비는 모두 자비로 충당한다.
그가 방문하는 곳은 언제나 한복으로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머리를 반듯이 빗어 넘긴 할아버지들로 북적댄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농촌지역 사진관들이 거의 없어지고 과다한 사진값으로 영정으로 쓸 변변한 사진이 없던 노인들은 무료로 장수사진을 찍어준다는 말에 교회에 몰려오곤 한다.
엄 장로는 50년 경력의 베테랑 사진사다. 그런 그가 장수사진 무료 봉사에 나서게 된 것은 1993년 봄. 30대초 당뇨 합병증으로 왼쪽 눈을 실명했다. 그리고 남은 눈마저 실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저를 고쳐 주시면 하나님을 위해 살겠습니다”고 간절한 서원기도를 드렸다. 그러고 며칠 후 기도 가운데 “아멘”을 외치는 순간 그의 오른쪽 눈이 기적처럼 밝아졌다. 하나님의 신비로운 치유의 은사가 엄 장로에게 나타난 것이다. 배에 찬 가스도 사라지며 지병이었던 간종양도 씻은 듯이 나았다.
치유를 받은 엄 장로는 서원 기도대로 간증집회를 찾아다니며 장수사진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배우고 익힌 달란트를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는 “믿지 않는 어르신들이 제가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예수를 믿겠다고 약속할 때 가장 보람되다”고 간증한다. 또 장수사진을 받아들고 환한 얼굴로 “매우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어르신들을 보면 ‘사진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요즘 그는 원하는 이들에게 가족사진이나 백일,돌사진도 정성스레 찍어주고 있다.
엄 장로는 병이 치유돼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덤’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어려운 노인이나 이웃의 요청이 있으면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어디든 달려가 무료로 사진을 찍어줄 것”이라고 말했다